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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설렘 그리고 맛

보롬왓, 바람이 꽃을 피운다

by 센스한방울💧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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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바람은 다정합니다.

그것은 말 없이 곁에 머무는 사람 같아서,

어떤 계절엔 꽃을 흔들고,

어떤 계절엔 마음을 흔듭니다.

표선면 가시리의 들판에 자리한 보롬왓,

‘바람이 부는 밭’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곳엔

곧, 순백의 메밀꽃이 바람에 실려 피어오릅니다.

이 계절, 가장 조용한 축제

바로 여기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얀 숨결이 뿌려진 풍경

들판이 온통 하얗게 물들면 

눈처럼 내린 것도, 안개가 피어오른 것도 아닌데

걸음을 멈춘 모든 사람들은

그 풍경 앞에서 잠시 말을 잃습니다.

한 송이 한 송이,

어느 것 하나 화려하게 피어 있지 않지만

수만 송이의 메밀꽃이 모여 만든 그 정적은

그 어떤 꽃보다 압도적입니다.

햇살은 사뿐히 내려앉고,

꽃잎은 바람을 타고 나풀거리며

그날의 기분과 아주 닮은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바람이 머문 자리엔 마음도 쉬어갑니다

보롬왓은 예쁜 밭 이상의 공간입니다.

그 곳엔 ‘쉼’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주려 하기보다

조용히, 그리고 천천히 다가와

당신의 마음을 쉬게 하는 장소입니다.

메밀꽃 사이를 걷고,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노라면

한 쪽에선 조용히 사랑을 고백하는 연인의 속삭임이 있고,

다른 쪽에선 오래된 카메라로 풍경을 담는 여행자의 손끝이 있습니다.

모두 다른 시간 속에 있지만,

보롬왓은 그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소리 없는 축제

이 곳의 축제는 음악도, 퍼포먼스도 없습니다.

대신, 잎사귀가 부딪히는 소리

꽃잎이 흩날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아주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바람이 우리 귓가에 이야기를 건네는 듯합니다.

보롬왓에서의 하루는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은 채

온전히 나만의 속도로 흘러갑니다.


제주가 들려주는 가장 순수한 이야기

보롬왓의 메밀밭

제주가 오래도록 간직해온 순수함의 풍경입니다.

그 안에는 꽃이 있고, 바람이 있고, 사람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조화롭게 섞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듭니다.

제주의 다른 명소들이 강렬한 감탄을 이끌어낸다면,

보롬왓은 아주 천천히,

마음의 한 모퉁이에 여운처럼 찾아듭니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그런 기억처럼요.


하얀 길을 지나, 마음에 남는 계절

돌아서는 길에 다시 뒤돌아보게 되는 곳이 있습니다.

보롬왓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지금 막 피어난 메밀꽃의 바다도,

그 사이를 걷던 사람들의 표정도

마치 오래전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기억 속에 고요히 남습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는 풍경,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감정,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계속 떠오르는 장면들.

이 축제는

메밀꽃이 주인공이지만,

그 안에 담긴 건 결국,

당신이 머물고 간 하루의 감정일지도 모릅니다.


보롬왓 메밀꽃 축제, 그 곳에 당신을 놓아보세요

이 계절, 제주엔

한 송이의 꽃이 아니라,

당신의 하루를 포근히 감싸줄 들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걷기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내기에도

모두 다정하게 어울리는 공간.

꽃이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 때

당신의 감정과 하루를

순백의 바람 속에 살며시 놓고 갈 수 있도록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세요.


보롬왓 메밀꽃 축제, 제주에 머무는 바람처럼

하얀 꽃이 흔들리는 계절,

당신도 보롬왓 메밀의 바람속에 조용히 발을 들여보세요.

보롬왓은 오늘도, 내일도,

누군가의 걸음을 다정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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