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북천 꽃양귀비 축제, 붉은 숨결이 피어나는 봄의 들판에서
5월의 바람은 언제나 조금 특별합니다.
그 속엔 겨울의 기억이 다 지워지지 않은 채 남아 있고,
여름의 기운이 조심스레 곁을 내밉니다.
그리고 그 중간 즈음,
경남 하동의 작은 마을 북천에서는
진홍빛 양귀비꽃들이 세상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합니다.
이 곳에서 열리는 ‘하동 북천 꽃양귀비 축제’는
봄의 절정을 꽃잎 하나하나에 담아내며,
우리의 일상에 한 조각 감동을 건넵니다.
양귀비, 붉은 시(詩)가 되어 피어나다
양귀비꽃을 처음 본 사람은 누구나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꽃잎은 마치 비단처럼 얇고 부드러우며,
빛을 머금은 듯 반투명한 그 붉음은
햇살 아래서 더욱 찬란하게 흔들립니다.
북천 들판에 펼쳐진 양귀비꽃은
단순한 ‘꽃’이 아닌
마치 대지를 물들인 수채화 같습니다.
걸음을 멈추면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꽃의 파도,
그 너머엔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평온함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곳에 피어난 양귀비는
마약 성분이 없는 개양귀비로,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관상용 품종입니다.
고혹적이지만 순수하고,
강렬하지만 부드러운 이 꽃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산책에도 안전하고 평화로운 동반자가 됩니다.
붉은 꽃밭에서 남기는 봄날의 기록
축제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수십만 송이 양귀비꽃들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맞이하듯 고개를 흔듭니다.
한 송이, 한 송이
그 자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잎 사이사이에 붉은 바람이 스며들어 있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그 사이를 헤엄칩니다.
축제장 곳곳에는
연인과 가족을 위한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기찻길 옆, 나무 그네 아래,
그리고 꽃으로 만든 터널 속.
사진 한 장에 담긴 건
그저 배경이 아닌,
그날의 햇살, 바람, 그리고 마음이겠지요.
누군가는 사랑을,
누군가는 위로를,
누군가는 오래도록 기억하고픈 시간을 남깁니다.
꽃길 따라 달리는 레일바이크의 낭만
북천 축제의 묘미 중 하나는 바로 레일바이크입니다.
예스러운 기찻길을 따라
꽃밭 사이를 달리는 이 특별한 자전거는
아이들에게는 놀이이고,
연인들에게는 추억이고,
어른들에게는 어릴 적 향수입니다.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꽃 사이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
그리고 귓가를 간질이는 새소리까지.
그 모든 감각이 오롯이 기억 속에 새겨집니다.
꽃길 너머로 이어지는 여행
하동 북천은 꽃양귀비로도 아름답지만,
그 주변에는 놓치기 아까운 여행지도 많습니다.
녹차밭이 푸르게 일렁이는 화개면,
드라마 ‘토지’의 무대로 알려진 최참판댁,
그리고 섬진강의 맑은 물결을 따라 이어지는 하동의 봄길.
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은 늘 말없이 우리를 품어주고 있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축제 정보 한눈에 보기
- 축제명 : 제14회 하동 북천 꽃양귀비 축제
- 기간 : 2025년 5월 16일(금) ~ 5월 25일(일)
- 장소 :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마을 일원
- 입장료 : 1,000원 (초등학생 이하 무료)
- 레일바이크 운영시간 : 1일 6회 운영 (9:30~17:30)
꽃처럼, 내 마음도 한 걸음 쉬어갑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사는 게 팍팍할수록 꽃이 보인다"고.
하동 북천의 양귀비밭은
그저 예쁜 풍경이 아닙니다.
붉은 물결 속에 담긴 건
우리 마음 한 켠에 감춰두었던 여유,
잠시 잊고 지낸 사랑,
그리고 다시 피워내고 싶은 희망입니다.
당신의 봄이 조금 지치고 무뎌졌다면,
이 붉은 꽃들 속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다녀가보세요.
하동 북천의 양귀비는
오늘도 고요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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