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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설렘 그리고 맛

강릉 단오제, 바람과 굿 그리고 마음의 축제

by 센스한방울💧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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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을 앞두고,

바다는 유난히 깊고 파랗게 물들어 갑니다.

그 바닷길 따라, 강릉의 시간도

어느덧 단오의 문턱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매년 이맘때면,

그 곳에는 시간이 거꾸로 흐르듯

오랜 전통과 현대의 숨결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마법 같은 축제가 열립니다.

그 이름, 강릉 단오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천 년을 이어온 강릉의 시간입니다.


바람이 열어주는 축제의 문

강릉 단오제의 시작은 늘 바람으로부터 열립니다.

바람은 단오의 전령처럼 사람들의 옷깃을 스치고,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말을 건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구나, 단오야.”

단오바람이 불면,

강릉의 골목은 설렘으로 들썩입니다.

제례의 흙냄새, 국악의 리듬, 오색 한복의 물결,

그리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마다 차오릅니다.

마치 도시 전체가 거대한 무대가 되어, 모든 이가 배우가 되는 듯합니다.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이 만나는 제례

강릉 단오제는 평범한 지역 축제가 아닙니다.

이 축제의 핵심은 단오굿.

예부터 강릉은 산과 바다, 숲과 들이 어우러진 땅으로,

사람들은 그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습니다.

단오굿은 인간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간절한 기원이고,

공동체가 신과 대화하는 신성한 의식입니다.

2025년 단오제 역시

대관령 국사성황신에게 올리는 제례로 시작됩니다.

흰 두루마기를 입은 제관이 정갈한 마음으로 술을 따르고 절을 올리는 순간,

시간은 멈춘 듯 고요해집니다.

사람들은 눈을 감고 자신만의 소망을 빌지요.

누군가는 가족의 건강을, 또 누군가는 헤어진 이의 안녕을,

혹은 그저 조용한 하루를 바랄지도 모릅니다.


오색의 향연, 단오의 거리

제례가 끝나면,

단오는 다시 흥겨운 축제로 옷을 갈아입습니다.

농악대의 풍물소리, 가면극, 창포물 머리감기, 그네뛰기, 씨름, 단오 음식 나눔

마치 잊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들이 하나씩 불려나오는 듯한 풍경입니다.

매년 단오제에는

한복 체험 거리가 특히 인기를 끕니다.

강릉의 푸른 하늘 아래 단오빔을 차려입은 사람들은

마치 옛 시대의 어느 날을 걷는 듯한 느낌에 빠지고,

지나는 이들의 시선에도 한참을 머무르게 만듭니다.

단오장은 또 하나의 무대입니다.

어르신들은 솟대와 탈을 구경하며 옛이야기를 풀어놓고,

아이들은 천연 염색 체험과 단오 부채 만들기에 푹 빠져 웃음꽃을 피웁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단오의 밤, 불꽃으로 피어나다

해가 기울면 단오는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줍니다.

단오 난장 퍼레이드달빛 콘서트,

그리고 마침내,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

강릉의 하늘에 터지는 불꽃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휴대폰을 들어 올리고,

그 순간의 찬란함을 마음속에 담으려 애를 씁니다.

가만히 바라보면,

불꽃은 단지 빛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속 소망 하나를 품고 날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리운 사람, 아직 이루지 못한 꿈, 고요한 내일…


그대에게 단오란 어떤 날이었나요?

강릉 단오제를 보고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거예요.

'나는 축제를 보러 간 걸까,

아니면 잊고 있던 나를 다시 만나러 간 걸까.'

단오제는 과거의 유산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전통이 일상이 되고,

낯선 이들이 친구가 되며,

무심한 시간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는 마법.

올해 단오도 그렇게 우리 곁에 왔다가,

조용히 여운을 남기고 강릉의 바람 속으로 흩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삶이 조금은 단조롭고 지칠 때,

한 줄기 바람처럼 다시 찾아올 겁니다.


다음 단오에는, 당신도

강릉 단오제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 곳에서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이야기들이

흙과 물, 바람과 불, 그리고 사람의 손끝에서 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다가오는 단오에는,

조용히 마음을 꺼내들고

 

바람이 부는 강릉으로, 그 유구한 축제의 품으로

 

여러분도 걸어와주세요.


2025 강릉 단오제 안내

기간
2025년 5월 27일(화) ~ 6월 3일(화), 8일간

장소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 및 시내 일원

주요 행사 일정

  • 단오굿
    5월 29일(목) ~ 6월 3일(화) / 단오제단
    전통 제례와 무속 의식이 어우러진 단오의 핵심 의식
  • 강릉관노가면극 공연
    5월 27일(화) ~ 6월 3일(화) / 아리마당
    국가무형문화재인 전통 가면극 상설 공연
  • 불꽃놀이
    5월 27일(화) 21:30, 6월 3일(화) 21:00 / 월화교 일대
    축제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화려한 야경
  • 전통 체험 프로그램
    창포 머리감기, 단오부채 그리기, 단오빔 입어보기 등 체험촌 운영
  • 민속놀이 대회
    씨름, 그네뛰기, 줄다리기 등 전통 민속놀이 경연
    (장소: 단오장 및 노암초등학교)
  • 전시 및 공연
    강릉단오제 역사관, 무형유산관, 국외 초청공연, 청소년 어울림 한마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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