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다리 하나가 있습니다.
그 위를 걷는 순간
발끝 아래 펼쳐지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닮았습니다.
충남 예산, 예당호 출렁다리.
그 곳엔 바람이 말을 걸고,
하늘이 미소 짓는 풍경이 있습니다.
물 위를 걷다, 예당호 출렁다리
예당호는 본래 농업용 저수지였지만,
어느새 사람들의 마음을 적시는 감성 여행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 중심에 우뚝 선 출렁다리는 402m에 달하는 길이로,
국내 최장의 현수교입니다.
하지만 숫자보다 먼저 가슴을 적시는 건,
그 다리를 건너는 ‘느낌’입니다.
물결이 잔잔한 날,
다리 위에 서면 호수는 거울이 됩니다.
하늘이 비치고, 구름이 흘러갑니다.
사람들은 말없이 걷지만,
그 걸음에는 각자의 사연과 기억이 실려 있지요.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흔들림 속에서 내 안의 조용한 울림을 듣게 됩니다.
출렁다리는 단지 호수를 가로지르는 통로가 아닙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특별한 장소입니다.
때로는 연인의 손을 꼭 잡고, 때로는 홀로 사색에 잠겨
누구든 이 다리 위에서는 마음 한 조각을 내려놓고 갑니다.
길 위의 그림책 예당호 모노레일
출렁다리에서 몇 걸음 옮기면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 기다립니다.
예당호를 따라 원형으로 이어지는 1.3km의 순환형 모노레일.
이 열차는 바쁘게 달리지 않습니다.
22분 동안 천천히,
자연을 끌어안으며 달려갑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계절마다,
시간마다 다르게 펼쳐집니다.
봄에는 물가를 따라 흐드러진 벚꽃,
여름에는 짙푸른 수면,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언덕,
겨울에는 고요히 얼어붙은 호수.
모노레일의 유리창은 매번 다른 그림책의 한 페이지가 됩니다.
차창 너머로 불어오는 바람,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그리고 고요히 호수를 끌어안은 산의 실루엣.
자연의 선율을
귀로 듣고, 눈으로 느끼며, 마음으로 감싸안게 되는 시간입니다.
특히 야간 운행 때는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집니다.
은은한 조명이 조각공원과 수변을 감싸며
모노레일은 그야말로 별빛 위를 걷는 듯한 환상의 열차로 변신하지요.
마음을 내어놓는 시간
예당호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 곳은 삶에 지친 이들이 잠시 들러,
조용히 숨을 고르고 마음을 비워낼 수 있는 쉼표 같은 곳입니다.
출렁다리 위에서 바람을 듣고,
모노레일에서 자연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느림’과 ‘고요’를 마주하게 됩니다.
사람들 사이로 떠밀리듯 걸어온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예당호는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탁 트이는
위로를 선물해 줄 것입니다.
예당호 모노레일 이용 안내
- 주소: 충청남도 예산군 응봉면 예당관광로 158
- 문의: 041-333-1041
- 하절기 (3월~10월): 오전 9시 ~ 오후 9시
- 동절기 (11월~2월): 오전 9시 ~ 오후 8시
이용 요금
- 성인 : 8,000원
- 청소년 : 7,000원
- 어린이 : 6,000원
- 예산군민 : 4,000원 (신분증 지참 시)
- 단체(16인 이상) : 6,000원 (성인 기준)
예매 및 발권
- 예매 방식: 현장 발권만 가능 (사전 예약 불가)
- 발권 장소: 예당호 모노레일 매표소
그리고 그 끝에 남는 것
해가 지는 시간,
호수는 황금빛으로 물들고
출렁다리의 조명은 하나둘 켜지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 하루의 기억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바람은 물결 위로 말을 걸고,
햇살은 다리 난간을 따라 마음을 덮어줍니다.
지금 시간을
이 다리 위에 살며시 놓아보시겠어요?
예당호는 오늘도,
당신이 다녀가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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