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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설렘 그리고 맛

동해 북평 5일장, 그날이 오면 열리는 이야기

by 센스한방울💧 2025.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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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이 깊어지는 바닷가 도시, 동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듯한 길 하나가 있습니다.

달력 위에 숫자들이 조용히 말을 거는 날,

그 길의 끝에는 삶의 온기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인,

‘북평 5일장’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바람 따라 향하는 장터의 아침

장날이 돌아온 아침이면

동해시 북평동에는 평소보다 일찍 햇살이 닿습니다.

도로를 따라 펼쳐지는 천막과 좌판,

바삐 오가는 손길들,

묵직한 바구니를 든 어르신들의 걸음마다

오늘 하루 장이 설레는 마음으로 깨어납니다.

북평5일장매월 3일, 8일, 13일, 18일, 23일, 28일

그렇게 한 달에 여섯 번,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자리에서

200년 넘게 같은 풍경을 펼쳐왔습니다.

조선 정조 20년, 1796년에 시작된 이 장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정겨운 숨결로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전국 3대 5일장 중 하나로,

그 명성은 강원도를 넘어

전국 곳곳의 발길을 이 곳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삶이 깃든 거리, 그리고 사람들

북평5일장은 평범한 시장이 아닙니다.

이 곳은 삶 그 자체가 길 위에 펼쳐지는 공간입니다.

메밀전병을 부치는 기름소리,

국밥 냄비에서 피어오르는 고소한 김,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건어물 천막 사이로

손님을 부르는 상인들의 구수한 목소리까지

이 모든 풍경은 북평장의 또 다른 언어입니다.

500여 개가 넘는 점포와 좌판이

마치 오래된 골목처럼 가지런히 이어지고,

거리는 자연스레 테마를 따라 나뉩니다.

메밀전병 거리에서는 구수한 향이

채소 거리에서는 싱싱한 땅의 기운이

어물전 거리에서는 갓 잡은 바다의 숨결이 피어납니다.

무엇보다 이곳엔,

‘사람의 정’이 가득합니다.

단골 손님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눈빛,

싱싱한 생선을 고르며 흥정을 나누는 손님들의 웃음,

그 모든 장면이 이 시장을

그저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마음이 오가는 공간’으로 만들어줍니다.


바다와 맞닿은, 진짜 동해의 맛

강원도 북평장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바다를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해 앞바다에서 갓 들어온

문어, 오징어, 가자미, 도루묵, 물메기…

그 신선함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좌판 위에 놓인 생선들의 빛깔만으로 증명됩니다.

어물전 골목 한켠에서는

바다의 맛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메밀전병, 감자전, 옹심이국, 수수부꾸미 같은

강원도식 전통 음식들이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 속에서

이 곳의 시간은 더욱 정겹게 흘러갑니다.

그 맛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내려온 기억이고,

이 땅과 이 바다에서 자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북평’이라는 시간의 이름

‘북평’이라는 이름에는

조선 시대 북쪽 평야 지역이라는 지리적 의미를 넘어

오랜 시간, 이 땅 위에 살아온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사라지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시대에

그럼에도 변하지 않고

한 달에 여섯 번,

성실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는 이 시장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가장 놓치고 있는 가치를

조용히 일깨워주는지도 모릅니다.

이 곳에 오면,

삶은 빠르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음미해야 할 순간임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시간의 결이 느껴지는 물건들,

말없이 마음을 건네는 손길들,

그 모든 것이 북평장을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듭니다.


장터를 나서며, 마음에 담는 풍경 하나

장을 다 보고 나올 즈음,

손에는 시장에서 산 메밀묵 한 봉지와

물메기 몇 마리,

그리고 마음속에는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기가 하나 남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만든 풍경’이라는 것.

정겨운 말투,

익숙한 손놀림,

그리고 바삐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서로를 향한 다정한 배려가 녹아 있는 모습들.


언제든, 그 자리에

북평 5일장은

누군가에게는 오랜 추억이,

누군가에게는 처음 만나는 감동이 될 것입니다.

강원도 동해의 한복판에서는

묵직하게 살아 숨 쉬는 시장 하나가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곳은 여전히,

오래된 오늘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북평 5일장은 단지 ‘시장을 다녀오는 일’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오래된 감각을 다시 깨우는 작은 여행이 되어줄지도 모릅니다.

그날의 바람, 음식의 향, 사람들의 목소리는

모두 마음에 담겨, 오래도록 기언에 남을 것입니다.

다음 장날엔,

당신도 이 길 위의 한 장면이 되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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